동거종료일기 – 오리하라 사치코

동거종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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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트위터에서 야미 작가님이 남기신 짧은 감상을 보고 읽게 된 만화. (트위터가 이렇게 해롭다. 다른 작가님들이 무슨 책을 보고 있으면 궁금해서 사서 읽게 되니…… 이러니 점점 책값이 더 많이 드는 거지.)

사실 상상을 잘 못 해본 영역이다. 10년동안 동거한 커플이 헤어지는 것은. 주변의 동거인들은 2, 3년 정도 함께 하다가 헤어지고, 아니면 아예 장기로 가면서 헤어지지 않거나 중간에 결혼을 하거나 했으니까. 10년이나 동거한 커플이 헤어진다. 결혼하고 10년 된 커플이 이혼하는 것과는 또 어떻게 다른 걸까. 아니, 동거 상태로 10년이나 갔다가 결혼이 아니라 이별로 가는 케이스가 역시 흔치 않으니까, 이게 만화까지 되어 나온 걸까. 읽기 전에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하고 곧, 분노했다. 청소하는데 게임하고 있고, 음식 만들어 줬더니 밥 투정이나 하고, 여자친구의 부피가 많이 나간다고 악의어린 농담을 하고, 자기 회사에 들고 갈 도시락 싸게 만들고, 어리광 부리면서 커피 타 달라, 차 끓여달라, 만화책 사다달라 하고, 여자친구 무릎에 온 체중을 실어 앉으면서 어깨 주물러 달라고 마사지 의자 취급이나 하는 남자 따위 제발 이쪽에서 차 버려! 아니, 뭐 저런 걸 데리고 살지? 인간 하나 구제하는 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남자친구를 사랑한다. 그가 열네 살 어린, 발렌타인 초콜릿을 만들어준 직장 후배와 사귀게 되었음을 밝히기 전까지는. 그리고 헤어져서, 짝꿍이라 생각한 남자가 더이상 짝꿍이 아니게 된 딱 그 시점부터, 작가의 남친은 머리카락이 없고 표정이 최소화된, 콘티에나 나올 법한 형태로 그려진다. 그 점이 지극히 만화적인 연출이구나 싶어 서늘했다. 그리고 마침 집 갱신 기간이 다가와서, 한 달 뒤인 4월 말(해약 기한)까지 동거하고 헤어지기로 한다.

이 이야기는 그러니까, 그 처참한 한 달,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다. 변심한 애인의 마음을 되돌리는 기적같은 건 일어나지도 않는다. (가능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짓들을 하는데다 먼저 배신한, 어느새 중년이 되어버린 남자친구 따위와 재결합하는 결말이었다면 독자도 속이 쓰라렸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여튼 자신은 연애의 가장 좋은 노른자위 부분을 그와 함께 했다고 말하고, 혼자 살아가는 새로운 삶에 다시 익숙해진다. 작가에게는 분명 씁쓸한 연애사인데, 독자 기준으로는 저따위 지질한 남자 두 번 보기 싫어서 두 번 읽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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