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096] 포르노그라피아 (비톨트 곰브로비치) 민음사 세계문학 102

포르노그라피아
포르노그라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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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 보니, 다른 민음사 세계문학들이 몇년이 지나도록 반짝반짝 눈이 부신 새 책임에도 불구하고 제목 때문인지 너덜너덜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뭐 딱히 남녀간의 신체적 접촉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나치가 지배하는 폴란드, 바르샤바. 친구인 히폴리트의 편지를 받고 지식인인 비톨트와 프레데릭은 시골 마을로 떠난다. 그곳에서 비톨트는 카롤이라는 소년의 목덜미에 매료되고 히폴리트의 딸 헤니아와 그녀의 소꿉친구이자 히폴트네 마름의 아들인 카롤이 성당에서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관능을 느낀다. 아니, 사실은 갈데까지 간 뇌내망상이라고 해야 좋을 것이다. 그리고는 헤니아에게 카롤의 바짓단을 걷어올려주게 하고, 그 말을 따르는 헤니아와 카롤이 자신들을 의식하고 자신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식으로, 멀쩡한 아이들을 닳고 닳은 아이들 취급한다. 멀쩡히, 젊은 법률가인 알베르트와 약혼할 예정인 친구 딸네미를 두고. 그들은 아이들을 자극하고, 어떻게든 두 아이들을 의심할만한 정황을 만들려 한다. 그러던 중 알베르트의 어머니가 살해당하고. 바르샤바에서 온 사람들, 즉 나치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시에미안을 처치할 것을 요구하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지만, 이들은 그 와중에도 카롤과 헤니아를, 알베르트를 희생시켜서라도 상황을 만들고 두 아이를 유혹하여 연인으로 만들고 타락시킨 뒤 자신들과 함께 할 혼탁한 색정으로 끌어들일 생각을 한다. 카롤과 헤니아는 비톨트와 프레데릭의 요구에 부응하는 가운데. 시에미안을 처치하라는 지령이 내려온다. 히폴리트와 비톨트, 프레데릭, 알베르트는 그를 어떻게 죽일 것인지 의논하고, 프레데릭은 카롤에게 시키자고 한다. 그리고 프레데릭과 비톨트는 이 살인을 매개로 두 아이를 엮어볼 심사로 이런저런 일을 꾸미고, 어린 아이에게 살인을 시키는 것에 대한 도덕적 가책으로 괴로워하던 알베르트는 직접 시에미안을 살해하고 나오다가 카롤의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다.

배운 놈이 맛이 가면 약이 없다더니.

이 야비함의 문제에 있어 절대지존급인 두 지식인은, 실제 나이는 중늙은이요 사회적 위치는 고상할지언정, 그 내면은 어리고 경박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실제로 젊고 반짝반짝한 아이들의 젊음 그 자체에 대한 욕구를 안고, 그들을 혼란시키고 제멋대로 갖고놀고 더럽히고 싶어한다. 그리고는 친구인 히폴리트의 집 그 자체를 하나의 실험장치로 만든다. 그들의 계산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그러나 뜻밖의 변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들의 조작에 의해 비극은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것을 그저 단순히, 젊음에 대한 과도한 탐닉이 낳은 비극이라고만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이 시기, 두 지식인이 시골로 도망친 바로 이 시기에 폴란드는 나치 치하에 있었고, 나치는 폴란드를 나치 민족 이론의 실험장으로 삼아 사람들을 학살하고 문화를 말살했다. 그것이, 과연 이 지식인들의 잔인성, 어린아이가 나비 날개를 찢어버리는 듯한 이 천진하지만 사악하고 음험한 잔인성과 다를 것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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