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고전읽기-032] 허클베리 핀의 모험(마크 트웨인) 민음사 세계문학 6

허클베리 핀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을 생각하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어느정도 어린이가 읽어도 되는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어린애들 읽으라고 쓴 책이 절대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일신서적에서 나온 두 권 짜리로 갖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두고 신나는 모험이니 대자연이니 하는 소리는 다 개소리.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어린이용으로 어설프게 줄인 것을 읽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읽다 보면 재미있다. 해학, 풍자, 유머, 말도 안 되는 허풍. 하지만 그 허풍을 제거하고 읽어나가는 허클베리 핀이란. 솔직히 나는, 초등학생때 일신서적판을 읽고, 읽다가 그 재미있는 말재간 뒤에 숨어있는 무시무시한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 읽으며 혀를 내둘렀던 터라, 심지어는 밴드 이름인 허클베리 핀을 듣고도 그 음악이 생각보다 유쾌할까봐서 아예 듣지도 않아버린 적도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도록 이 소설을 읽고 신나는 모험과 대자연, 나도 허크처럼 되고 싶으네 하는 독후감이 쌔고 널리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고)

아이들이 부모의 종속물이던 시대. 노예의 인권은 껌값도 안나오던 시대. 결투를 하고 사람을 죽이고 마을 사람들이나 세력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형을 행하는데, 벌거벗겨 온 몸에 타르를 칠하고 깃털을 붙여 동네를 끌고 다니거나 하는 모습들. (난 그게 통닭같다고 재미있어하는 애들과, 역시 그런 식으로 그려놓은 아동문학전집의 삽화를 보며 기가 막혔다. 그러고 끌고 다니면 피부호흡이 저해되어 죽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이 소설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을 무슨 유쾌한 소년소설로 완전 착각하는 사람들이 짜증나는 것 뿐이지. 의리와 감동이니 검둥이 짐과의 우정이니. 그런 학교 제출용 독후감같은 헛소리들 그만하고 소설을 제대로 봐. 이 소설에서 진심으로 안심하고 웃을 수 있는 것은 맨 후반, 톰 소여의 친척인 샐리 아주머니 댁에 갇혀 있는 짐을 구하기 위해 톰 소여와 허크가 톰과 그 동생 시드인 것 처럼 가장하여 머무르며 온갖 탈옥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 밖에 없다. 안전하게, 이불을 감고 앉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서비스라고는 그런 것 정도. 사실은 얼마나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이야기인가. 당시 미국의 사회풍조를 제대로 풍자한 소설. 하지만 소년 모험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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